책-

강남역 간 김에 책 두권을 사서 들어왔다. 돌아오는 마을버스 안에서 슬쩍 슬쩍 봤는데, 한권은 잘 산듯 싶고, 한권은.. 음.. 아닌듯 싶다. 지난주에 샀던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서울대 도서관에서 빌린 장 베르동의 '중세는 살아있다'로 이번 한주를 지냈다. 내가 원하던 책이었다. 서양 중세사에 관심있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김응종 교수의 서양사에는 초야권이 없다도 꽤 괜찮은 편이다. 이 두권이면 서양중세사에 대한 교양정도는 쌓을 수 있을거다.  
 


원래는 북한사 100장면 (고태우,가람기획)을 사려고 했는데 강남교보에 재고가 없어서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폴포트 평전은 예전에 중학생땐가.. 전교조 교사가 수업시간에 필요 이상의 사상교육하는거에 빡쳐서 대응논리 만드려고 샀었던 모나 채런의 '쓸모있는 바보들' (이 책도 상당한 쓰레기였다) 에서 폴포트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거의 '세상에 이런일이' 식의 삽질 에피소드들을 보고 언젠가 한번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그게 벌써 6-7년전) 마침 눈에 띄여 샀다. 어차피 다음주 패스도 캔슬됐고 주말에 배럭에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김태원씨 책은 이번에는... 성공이 아닐듯? 일단,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는 대박쳤었고, 안 읽어본 대학생이 없을 정도로 성공한 책이긴 하다. 찌질이들도 공모전공모전 스펙스펙 맥킨지 맥킨지 외치고 다니게끔 만든 책이었지. 하지만 이번 책은, 구글러의 편지의 내용 80% 약간의 추가된 이야기 10% 그외 etc 10% 가 전부다. 돈이 아깝다.. 뻔한 이야기, 다 알고 있는 이야기 한번 더 반복하는 수준이다. (김태원씨 미안해요 난 그렇게 느꼈어요)

어쨋건, 폴 포트 평전은 기대된다-.

by 순딩이 | 2009/08/16 00:27 | routine | 트랙백

Sony VAIO

소니 바이오를 샀다. 예전부터, 거의 10년이 넘도록 흠모해오던 브랜드였는데 어떻게 인연이 닿지 않다가 겨우겨우 마련한 이 작은 컴퓨터. 마찬가지로 컴퓨터면 컴퓨터지 무슨 차이가 있다고 이렇게 비싼 거야?’ 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물건 꽤 괜찮다.

 

픽 하고 웃어넘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현대의 기성품에도 '헤리티지'는 있다. 혹자는 요즘 같은 대량생산 시대에 무슨 헤리티지 따위냐며 비웃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미 산업사회도 훨씬 지나 후기 산업사회 그 이상의 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저 근대나 중세말의 세공품만을 가지고 헤리티지 운운하기엔 그 시간적 격차가 너무 크다.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고 그것이 수명을 다하면 또 아무 생각 없이 새 물건을 또 구매하기 보다는 그 물건이 어떤 배경에서, 어떠한 생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나와 어떻게 맞고 맞지 않고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그 사람은 헤리티지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겠다.

 

내가 기억하는 바이오는 2001년의 어느 모델이었는데 수명주기가 극도로 짧은 전자제품의 경우에 빗대어 봤을 때, 2001년의 컴퓨터라면 자동차로는 거의 80년대 초반의 것으로 봐도 될 정도다. 내가 기억하는 2001년의 바이오의 이미지와 현재 소니 쇼룸에 멋지게 올라앉은 바이오의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세련됨’ ‘고급스러움단순히 소재나 디자인에서 오는 느낌에서 벗어나 소니 바이오는 하나의 스타일이다.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이 된장남아!! 라고 윽박지른다면 딱히 할말은 없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경쟁사의 컨셉에 비하면 바이오는 줄곧 한길만 걸어왔다고도 할 수 있다.

 

바이오는 꽤 멋지다. 판매량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삼성이나 엘쥐에 밀리더라도 바이오는 확실한 이미지가 있고, 그 이미지로 먹고 사는 컴퓨터다. 컴퓨터가 성능이 아닌 이미지로 먹고 산다니. 물론 성능도 꽤 괜찮지만. 그리고 그 이미지가 거의 10년 가까이 유지 되고 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전자제품의 수명이 한여름의 날벌레 수준으로 짧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바이오는 랩탑 계의 헤리티지를 지닌 명품이 아닐까.

by 순딩이 | 2009/07/17 13:57 | 트랙백

routine 17 th July 2009

과연 이런 날들이 내게 있을거라고 생각은 해본 적 있었을까. 2006년 여름인가.. 학교를 빼먹고 오피스텔 편의점에 내려가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드는데 GQ라는 잡지가 눈에 띄였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키득거리며 돌려보던 맥심의 저질스런 퀄리티에 어느정도 질려가고 있었기에 새로운 잡지를 찾고 있었던 차에 잘됐다 싶어 바로 집어들고 올라왔다.

충격적이었다. 와우 이런 세상이 있다니. 집으로 배달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높은 신용등급과 높은 결제력으로 카드회사에서 보내주던 초럭셔리 세상을 다룬 잡지와는 달리 이건 젊은 사람들의 시크한 삶을 위한 잡지라는게 느껴졌다. 물론 다르게 말하면 허영끼로 가득찬 잡지라고 비판해 줄수도 있겠지.

거기엔 비오는 날 청담동의 어느 카페에서 소니 바이오를 열고 인터넷을 하면서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 내내 주변에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을 구경한다는 식의 누군가의 카페 소개글이 있었다. 침대에 비스듬이 기대앉아 그걸 보다가 와우 멋지네. 나는 언제 저렇게 살아볼까 싶었다. 그 후로 매달 GQ를 챙겨봤더랬지. 

그래서일까, 나는 좀 더 세련된 사람으로 변해간듯 싶다. 지난 3년간. 좀 더 속물이 되기도 했지만, 그건 서울바닥에서 혼자 살아가려면 이정도는 해야된다라는 자조섞인 말로 위로를 하고 있고..  

그리고 비오는 날 서초동의 스타벅스에서 소니 바이오를 열고 인터넷을 하면서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 내내 주변에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세상에. 놀랍군. 현대 미디어는 이렇게 놀라운 힘을 가졌다니까.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동기화 시켜버리다니. 킥킥 
 
어쨌건, 오늘은 기분이 꽤 좋다. 카페인으로 적당히 기분도 업되고. 교보문고나 갈까 했는데 비가 조금 잦아들면 가던지 해야겠군.

by 순딩이 | 2009/07/17 11:11 | routine | 트랙백 | 덧글(1)

빠른 상황판단 능력

엔지니어를, 그것도 아마추어가 한다면 가장 필요한건 임기응변과, 눈치일 것이다. 통합해서 빠른 상황판단 능력이라고 해두자. 많은 상황들이 일어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지나가는건 열에 두번정도면 많은 편이다.

갑자기 세션팀의 악기가 고장난다거나 언제 사서 얼마나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 라인이 언제 쇼트를 낼지도 모른다. 청중석은 만석일수도 반을 조금 넘게 채울 수도 있고 주중에는 다른 사람 손을 타던 스피커나 믹싱콘솔이 말썽을 부릴지도 모른다. 나의 슈퍼바이져는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릴 수도 있다. 소리에 대해서 '안다는' 사람이 와서 이리저리 주문을 해댈때도 있다.

하지만 책임은 내가 진다. 누가 어떻게 하래서 바꿨는데 그 소리가 안좋다거나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한다면 그 피드백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거다.

그렇기에 빠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 콘티를 듣지 않아도 연습에 참가하지 않았어도 감으로 알아내야만 한다. 웃기지 참. 어떤 사람이 내게 주문을 한다면 그걸 실행해도 될지 아닐지 판단하는건 나다. 책임도 내가 진다. 말은 던져놓고 아니면 '어 아닌가보네' 라며 돌아서는 사람을 믿을수는 없다.

세션팀은 악기를 한다. 보컬팀은 노래를 한다. 나는 기계를 어루만져 그들의 소리를 기계로 하여금 내뱉게 한다. 저들은 프로고 나는 만년 아마추어다. 저들은 스타고 나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아마추어다. 나는 그들의 수발을 든다. 나는 그들의 불평불만을 듣는다. 나는 땀흘린다. 나는 고민한다.  

이렇기에 내 replacement는 아직 없다. 3년째. 나보다 더 빠른 상황판단 능력과 이런 상황들을 묵묵히 감내하면서 청중들이 만족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찾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by 순딩이 | 2009/05/30 21:09 | sound engineering | 트랙백

나는 지쳤어.

...and he separated the light from the drakness...

<Genesis 1:4>

빛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다. 양면성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거지. 내 삶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많이 지쳐있다. 정말로. 거의 7개월..? 8개월째 쉬지 않고 있다. 이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삶이다. 그것도 혼자 이러고 있다는건 더욱 더 문제다.


겉보기로는 천하태평해 보이는 카투사.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다. 예전에도 걱정없어 보이던 아이였고 지금은 더더욱이나 그러니 신경꺼도 되겠지. 라는 시선을 받으며....

많이 불안정하다. 가족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주말은 거의 홀로 지낸다.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만나봐야 '야 니가 무슨 걱정이 있다고 그러냐 니가 돈걱정을 하냐 아님 밥걱정을 하냐? 그것도 군생활 맞냐? 하나도 힘든거 아니다..' 이런 소리나 들으니 지레 어 나는 괜찮지 잘 지내- 내가 못지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떡하니 라고 대답을 해버린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잘 못지낸다. 그래 그게 문제다. 그 많던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세상 참.. 이런거구나. 크큭..
예전 같으면 흥 하고는 새로운 사람들 만났겠지만, 나에겐 그럴 힘도 하늘을 찌르던 자존심도 어딜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응? 어디로 갔니?

오늘도 주말을 맥주로 달랜다.
그것도 혼자서.

by 순딩이 | 2009/05/30 21:01 | what?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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